
"전부 이 큰형님에게 맡겨 두거라!"

눈부시게 아름다운 분홍빛 머리카락은 엉덩이를 지나 거의 무릎까지 내려와, 그 투과광만으로도 자신과 그 주변을 분홍빛으로 환하게 밝히곤 했다.
오른쪽 앞머리는 두 가닥으로 붙여땋아 검은 끈으로 매어 두었고, 땋음머리를 포함한 뒷머리의 반은 한데 모아 입고 있는 그것과 같은 재질의 리본으로 정리해 두었으나 어쩐지 영 삐뚤한 리본 매듭이 눈에 띈다.
늘상 장난스럽고 쾌활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입술, 그리고 언제나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고 있는 두 눈에는
머리카락만큼이나 반짝이는 분홍빛 열정이 흐르고 있다.
팔꿈치 아래로 올라오는 검은 장갑을 착용하고 있으며, 흘러내리기 일쑤인 검은 사이하이삭스는 가터벨트로 단단히 고정해 두었다.
이따금 신경을 미처 쓰지 않아 풀리면 어김없이 양말이 흘러내리기 일쑤. 팔꿈치를 덮는 소매도 검은 리본으로 단단히 매어 두었다.
언제나 들고 다니는 거대한 태도는 검집을 쥔 오른손에서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르고, 어깨에 기대어져 있는 게 잦지만 이따금 잔소리에 못 이겨 등에 맬 때면 그제서야 검집에 묶은 끈이 제 구실을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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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루벨라이트/루벨, 벨라. 그리고 자칭 [큰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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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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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아가! 일이 끝나면 이 큰형님이랑 산책이나 가자꾸나!" / 쾌활한
낮 정찰 시간, 저 멀리서 춤추는 분홍색 빛은 바로 루벨라이트라고, 동료 보석들은 으레 말하곤 했다.
커다란 태도를 어깨에 이고, 분홍빛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춤추듯 평원을 뛰어다니는 그 보석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쾌활하고 밝기 그지없었다.
마치 풀 사이를 가르고, 들판을 내달리는 바람처럼-혹은 끝을 모르고 흐르는 물줄기처럼 그는 거침없고, 또 막힘없는 자유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마치 언젠가는 그 머리카락을 나부끼게 하는 바람을 타고서 저 하늘로 날아갈 것처럼, 그는 무엇보다도 활기찼다.
"월인이 나타나면 나를 먼저 부르련! 내 있는 힘껏 싸워 모두를 지킬테니." / 적극적인
월인이 나타나면 다른 일을 제쳐두고서라도 검을 쥐고 뛰어나가기 일쑤. 다른 일을 게을리한다기보다는 유독 월인과의 전투에서 적극적인 면이 강힌데, 그 때문인지 몸 여기저기가 부서져 오는 일이 생각보다 잦다. 인성도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니...
심지어는 혼자 월인을 상대하다 완파되어 끌려갈 뻔 했던 것을 간신히 구해진 적도 있어서, 다른 보석들의 걱정에도 그저 호탕한 웃음만 짓기 일쑤. 그래서인지 사실은 월인과의 싸움을 누구보다도 즐기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그런 은밀한 말들을 뒤로 한 채, 자칭 '큰형님'은 월인이 나타나면 또다시 태도를 뽑아쥐고 분홍빛 잔상을 남기며 누구보다 먼저 달려나갔다.
"힘든 일이 있던 게냐? 오냐, 이리 오거라. 일손은 못 돕는대도 기댈 등은 빌려준단다." / 다정한
그 보석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비록 기묘한 말버릇일지언정 참으로 다정한 마음의 연속이었다.
눈 앞의 보석이 '큰형님'을 좋아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그는 마냥 활기차게 미소지으며 허물없이 다른 이를 맞이했다. 비록 싸움에는 능하지만 다른 일에는 영 재주가 없어 실수가 잦아도, 어떻게든 그것을 만회하고 멋쩍은 웃음과 함께 다른 보석들을 도우려 애쓰는 모습에서 안쓰러움마저 느껴진다는 의견도 들려오곤 한다. 혹여나 자신이 모르는 새에 어려움에 처한 보석이 있을까 신경쓰며, 다른 보석들을 돕기 위해서라면 학교와 산과 들, 그리고 바다에까지 뛰어드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예외로, 조심스럽게 보석들을 관리하는 장기 휴양소에만큼은 자신이 오히려 방해가 될 것이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그것이, 쉬고 있는 보석 동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다정한 도움이라 말하면서.
자신의 역할이 항상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고, 그러니 자신을 부르는 것을 마다하지 말라고. 보석은 활기차지만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옳거니! 이것 보게, 여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숨겨져 있을 줄은 몰랐구나!" / 호기심 많은
그 활기찬 보석은 언제나 새로운 것, 놀라운 것, 그리고 즐거운 것을 찾아 헤매었다.
바닷가에 떨어진 고운 색의 돌 하나도, 절벽에 핀 흰 꽃송이 하나도 이 보석을 기쁘게 만들기엔 충분했고, 그 때문에 도서관은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드넓은 대지만큼이나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였다. 다행스럽게도 도서관에서만큼은 그 쾌활한 기색을 조금 누르고 얌전히 독서를 하는 모양. 꽤 의외라는 평이다.
그 호기심은 월인에게도 예외가 아니어서, 새로운 모습의 월인을 보면 유심히 관찰을 해 뒀다가 월인 연구 쪽에다 보고를 곧잘 해주곤 한다.
그러나 그런 월인들을 관찰하는 순간, 그 보석의 눈에는 호기심 뒤로 한 발짝 물러난 차갑게 식은 무언가가 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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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사항
-생일은 아마도 9월 16일이라고 한다. '아마'라는 수식을 붙인 것은 슬슬 기억이 잘 안나기 시작해서 그렇다나.
-취미는 산책, 색색의 자갈 모으기, 높은 곳에 올라가 경치를 바라보기, 그리고 월인과 관련된 서적 읽기.
때문의 루벨라이트의 방에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엄격하게 선별한 반짝이는 자갈이 많으며, 노란색을 좋아하기라도 하는 것인지 유독 노란 빛의 돌이 많다. 독특하게도 단 하나의 돌만 아름다운 흰색인데, 마치 선생님을 생각나게 해서라고. 이것 말고 더 아름다운 흰색 돌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따금 다른 보석들에게 선물로 고운 빛의 돌을 쥐어주기도.
-들고 다니는 무기는 자신의 키만한 태도. 길고 유연한 태도를 뽑아 마치 물 흐르듯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싸우는 것이 루벨라이트의 특기라고 할 수 있으며, 휴대에 용이하게 옷의 재질과 같은 검은 리본을 묶어 두었으나 평소 그냥 어깨에 걸친 채 돌아다니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종종 그 압도적인 길이 때문에 다른 보석들을 다치게 하거나 하는 일이 종종 있어서, 나름 신경을 쓰긴 하는 편.
-왼손잡이. 주로 왼손으로 검을 뽑아 휘두르고, 오른손으로는 겁집을 휘둘러 후려치거나 화살을 막아낸다.
-어째서인지 자신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은 보석들이 세 명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큰형님'이라 칭하며 마치 노인네 같은 말투를 쓰기 일쑤다.
말하자면 '아가, 오늘도 날씨가 좋더구나! 큰형님이랑 같이 산책이나 가지 않으련?' 이런 식으로... 확실히 다른 보석들이 듣기에는 이상한 말투이지만 컨셉이라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입에 붙은 듯. 다만 생각보다 자신이 바라는 대로 불러주는 보석들은 많이 없는 것 같아 조금 슬퍼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선생님이나 선배 보석들에게는 꼬박꼬박 선배님(혹은 형님), 선생님이라 부르며 조금 격식있는 존댓말을 사용한다.
아무래도 최고령은 아닐지언정 2000살이라는 시간이 헛되진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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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
정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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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Hardenss)
7.5
인성(Toughness)
Good

